오늘은 제가 게임 폐인으로 살면서 푹 빠졌었던 작품들에 대한 추억이나 꺼내볼까 합니다. 보통 게임을 지나치게 즐기는 사람들의 경우 다양한 게임을 골고루 즐기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그냥 방구석 폐인이었기에 시기에 따라서 한 작품씩 빠져서 살았었습니다.
30대가 훌쩍 넘어서부터 점점 온라인에서 멀어지면서 일하느라 기억에서 지웠었는데 다시 추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20대의 특권이었을까? 싶고, 다시 돌아간다면 mmorpg를 다시 할 리가 없지만 추억은 남아있어서 한번 찾아봤네요. 그런데 막상 찾아보니 이미 시장은 모바일로 넘어간 뒤라 유의미한 스크린샷 하나 찾기 어렵네요.
저의 젊은 날 추억은 이제 그냥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
* 지금은 가끔 스트레스나 풀려고 로스트아크를 하는데 한참 폐인으로 지낼때 스마일게이트에서 내놨으면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마 신규 컨텐츠 나오면 파훼하느라 패밀리들과 맨 땅의 헤딩을 하고 있었겠죠. 지금은 일하느라 바빠서 가끔 카던이나 돌리는 중입니다.
어쨌든 너무 많은 것들이 사라진 상태라 추억을 잡아놓을 생각에 블로그에 기록 삼아서 남겨봅니다. 제가 푹 빠져서 즐겼던 게임들은 총 3개입니다.
1. 나이트온라인
2002년부터 2017년까지 접었다 복귀하기를 반복하면서 했던 게임입니다. 인간과 오크 두 종족으로 나눠져서 4가지 클래스로 캐릭터를 육성한 뒤 24시간 쟁존에서 상대 종족과 전투를 벌이는 것이 핵심 컨텐츠였는데요. 중심 축 자체가 전투라서 지금도 장비 가격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마지막에 접었던게 2017년인데 당시 동접 200명, 쟁 존에 100명 남짓 상주할 정도로 매니아만 즐기고 있죠.
이제 시간이 지나서 몇 명이나 남았을지 모르지만 그때까지만해도 장비를 1~2천만원어치 사서 쟁만 즐기고, 접을때 다시 팔아서 1~2천만원을 뽑았던 기억이 납니다. 타 종족과의 전투가 핵심이라 장비 현거래 가격은 유지가 됐죠.
이제는 아는 사람만 아는 작품이지만 한 때는 세계 최고라고 생각했던 게임이라 한번 남겨봅니다. 퍼블리셔의 작은 밥그릇, 개발사의 영세함이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거위를 일반 알 낳는 거위로 전락시켜버린 비운의 작품이지요. 2010년대 후반에 스팀에 등록해서 해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이미 늦었지요.
※ 15년 내내 서포터 (힐러, 버퍼)만 하다가 전사를 해보고 내가 실력이 형편없다는걸 알고 미련없이 그만둔 게임이기도 하죠.
※ pk가 나쁜게 아니라 당연한 행위인 작품이라 처음 적과 조우하고 싸울때의 그 두근거림은 지금도 기억에 남네요.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간신히 이기고 나니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지요. 살면서 다시는 이런 경험을 하게 될 리는 없겠죠.
그나마 찾은 이미지들
▲ 일주일에 한번씩 열리는 루나쟁에 들어가기 위한 대기자들. 종족당 200명 제한이라 한참 흥했을때는 핵심 길드원이 짤려서 전략에 차질을 빚기도 했지요. 지금은 늦게 들어가도 자리가 널널하지만 예전에는 치열했습니다.
▲ 제 기억이 맞다면 한참 게임이 흥했을때 한일전 사진일겁니다. 2000년대 초중반인걸로 기억나는데 한국이 우승했다고 기사는 나갔죠. 하지만 전 저때 참가했기에 잘 알고 있지요. 쟁 시작전에 한국 유저들은 다 강화하러 몰려가서 일본이 아주 쉽게 이겼지요. 진 다음에 한국 사람들이 창피하다고 어거지를 피워서 재경기를 통해서 승리를 거머쥐었던 기억이 납니다.
모르는 사람은 저게 무슨 그림인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너무 정겹네요. 7차 이상 전사 갑옷에 헬브레이커, 랩터, 힘사제, 샤드를 든 단검 로그, 블리자드가 떨어지고 있고, 인페르노도 떨어지고 있네요. 전투 전에 유저들끼리 노는 상황인거죠. 저 중에 저도 있겠죠?
▲ 24시간 쟁이 이루어지는 구역에서 오크 본진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모습입니다. 종족간 밸런스가 잘 맞지 않을때 본진까지 밀려서 이런 상황이 생기는데 이 날을 오크가 밀렸나보네요. 전체 마법과 전체 힐링이 마구잡이로 시전되는 모습이네요.
* 저도 가끔 궁수로 가서 눈 (은신을 볼 수 있는 기술)을 쓰고 기다리다가 은신해서 기여도 먹으러 들어오는 적군을 골탕먹이기도 했죠.
추억만 늘어놔도 책 한 권을 쓸 수 있을 정도로 가장 큰 기억이 남아있는 게임인데 이제는 스크린샷 하나도 건질게 없는 상황이네요. 이제 완전히 추억만 남은거죠.
2. 리니지2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아르바이트 삼아서 했던 게임이 리니지2입니다. 지금은 플레이 이미지조차 찾기 힘든 고전 게임이 되어버렸는데요. 당시에 꽤 큰 중립혈의 군주로 활동해서 2014년까지 혈원들과 가끔 만나서 술도 먹고, 게임도 하고, 수다도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리니지2를 즐겼던 기간은 4~5년 정도로 대학교에 다닐때까지였지만 그 인연이 이어져서 10년 넘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던 게임이기도 합니다. 제품의 품질은 나이트온라인이 으뜸이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설정되는 부분에서 최고는 리니지2였던걸로 기억나네요.
사람들과 노느라 몇 년을 재미있게 살다가 다들 일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아 기르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면서 게임도 그만하게되고 기억에서도 사라졌네요.
지금도 기억나는 에피소드라면 주요 길드원 1~20명이 거의 한 달에 2번씩 서울에서 만나서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었는데요. 제가 그때 여자 드워프를 플레이했습니다. 그때 처음 참석했던 동갑내기 여학생이 저를 보더니 도둑놈이라며 등짝을 후려친 적이 있었죠. 처음 만나는데 게임으로 엮여있으니 10년지기 친구가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그게 인연이되서 1년 정도 사귀었나?
여튼 지금은 완전히 기억에서 지워진 작품이죠. 사람이 억지로 붙들고 있어서 오래했을뿐...
3. 블레이드앤소울
역시 모바일 시장에 잡아먹혀서 흔적조차 사라진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입니다. 4~5년 정도 했다가 태천왕릉 나오면서 접은 작품이네요. 솔플은 한계가 있고, 파티 플레이는 기믹 수행이 안 되서 자연스럽게 퇴학을 당한 작품입니다. 그래도 주간 퀘스트 4개에 묻혀서 다니고, 마천루 정도 다닐때까지는 할만했는데 이제 손가락이 안된다는걸 느끼고 그만 둔 작품입니다.
사실 아이온부터 채팅이 아닌 음성 대화가 되면서 길드나 파티 등 사람과 같이 하는 컨텐츠를 멀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혼자 하다가 더 이상 게임 진행이 안되서 접게 된 케이스입니다.
오래했고 육손 잡을때, 마천루까지 신규 던전 나올때마다 맨 땅에 헤딩하면서 공략법 파훼할때의 그 희열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많아서 굳이 끼워 넣었습니다. 이후 검은사막, 로스트아크로 왔다갔다 하다가 온라인 mmorpg는 점점 일상에서 멀어지고 있지요.
이 글을 적다보니 폐인 짓거리를 하면서 인생을 날리면서 제대로 즐긴 게임도 별로 없네요. 고작 꼽는다면 리니지2와 나이트온라인.
추억이네요. 그냥 골동품이 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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