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만 20년, 이제 파티나 팀플 같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즐기는 컨텐츠는 하지 않는다. 어릴때 지겹게 봤고, 지겹게 겪었고, 경찰서도 왔다갔다, 범죄도 많이 겪어서 그냥 혼자 놀고 끈다.
현실 지인들은 이제 콘솔로 넘어가라고 하지만 가끔 뉴비들과 엮이면 알려주는 재미에 지금도 즐기는데 오늘 제대로 발작버튼이 눌렸다. 덕분에 경찰서에서 보면 사과해야 할 일이 일어났지. 바로 '욕설'
* 욕은 잘못한거라 이건 빼박이다.
어쨌든...간만에 모험의 서나 하려고 루테란 성에서 놀고 있었는데 뉴비가 '벨가 파티원'을 구하고 있었다. 그러자 A라는 유저가 지역채팅으로 '그 각인으로 벨가 구해요?' 라고 하자 '이 각인으로는 안 되나요?' 라고 물으니 A가 대답했다. '해보세요. 그럼'
각인이 어떤가 봤더니 절정3이 끝이어서 지역챗으로 333은 하셔야 되요. 라고 말해주니 다시 A가 '333으로도 안 될건데?' 라고 하더라. 그래서 바로 욕을 박았다.
'그럼 대답을 해주라고. XX야.'
그러자 왜 욕하냐고 물어보길래 알면 대답을 해주면 되지. 왜 그렇게 말하냐, 난 창술사 각인은 잘 몰라서 333이라고 대답했다고 했다. 그랬더니 왜 갑자기 반말에 욕지거리를 하냐며 계속 묻는 A.
촉이 왔다.
'그 종자'
역시 바로 귓말로 묻길래 그 종자를 대하는 스탠스로 바뀐 나. 이미 발작버튼은 눌렸다. 그 종자들의 뻔한 진행으로 잼민이 드립이 나오더니 내 각인 상태를 확인하고 정흡끼고 33331 이라고 하지 말라고 하더라. 확인 완료.
'비겁한 종자'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상대방이 기분이 나쁜걸 즐기면서 막상 누군가 꼬집으면 모르는 척하는 종자들. 세상이 점점 교묘해져서 요즘 플레이어들은 정말 모른다. 모르는데 자기 평소 말투나 태도에 스며든 상태인거지. 세상에서 말하는 소시오패스다.
10년 전까지만해도 극히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일부 유저의 전유물이었지만 세대가 바뀌면서 이제 거진 3~40%는 이 상태지. 난 그걸 보고 넘어가는 성격이 아니라 이제 길드, 파티, 팀플 같은걸 하지 못한다. 욕부터 박거든.
▲ 참고로 벨가누스의 트라이 레벨은 1385다. 아직 전설 악세와 방어구를 쓰는 단계지. 이미 하이퍼 익스프레스와 고인물로 인해서 1460 유물 단계까지는 그냥 넘어가는 과정으로 전락했지만 어쨌든 전설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 3333 혹은 33331을 맞추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태양의 회랑은 원한3, 직업각인 3이면 되고, 벨가누스 까지는 333 혹은 3331이면 된다.
어쨌든 상대방도 황당했겠지만 소시오패스가 제일 무난하게 노는 곳이 온라인게임이라서 나도 모르게 발작을 했다.
※ 게임을 끄고 생각해보니 그 사람 귓말이 적당한 선에서 끊어졌는데 악성은 아니었나보다. 그냥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가늠하지 못하는 소시오패스 초입 단계일지도 모르겠다. 약간 미안하기는 한데 한번 사사게에 올려서 나를 욕 먹였으면 좋겠다. 그럼 자신도 잘못했다는 덧글을 받을테니까.
어쨌든,
난 키보드 워리어는 아니다. 사회에서도 똑같이 하거든. 심지어 소시오패스가 사장놈이라도 한다. 물론 욕은 하지않지.
예전에 직장인일때, 유부남 사장놈이 30대 후반, 경리가 20대 중반이었다. 그 경리가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직원을 시기하고 질투했는데 어느날 회식 자리에서 사장놈이 경리가 보는 앞에서 그 여직원에게 면박을 주더라. 그러면서 내게도 동의를 구하길래 지적질을 했지.
'다른 직원들도 있는 업무 문제로 다 보는 앞에서 면박을 주면 안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없을때 경고도 했다.
'네가 경리 좋아하는건 아는데 갸한테 잘 보이겠다고 웹디를 밟으면 되냐? 적당히 해라. 너랑 경리가 불륜을 저지르던, 너 혼자 좋아서 북치고 장구를 치던 관심없는데 내 팀원 갖고 장난치면 사모한테 다 말해버린다. 네 부인이 나한테 가끔 전화하고 톡하는건 알지? 너 직원이랑 바람피우는거 같다고...'
게임 속 비겁한 종자랑 이 사장놈이랑 다른거 같지? 똑같아. 둘 다 자기들은 잘못한게 없다더라. 정말 모르는건지, 모르는척 하는건지 모르지만 태도가 동일하다.
여하튼 이런 사람들이 요즘은 흔하다.
나도 한때는 분노조절장애? 같은게 있어서 온라인에서 (게임X) 끝까지 간 적이 꽤 있었다. 그래서 싸우고 나서 신상도 털고, 얼굴도 보고 많이 했지. 폰번 따는건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한번 진탕 싸우고나서 신상을 털었는데 당시에 2살짜리 딸을 키우는 수원사는 30대 초반 엄마더라. 사진이 딱 나오던데? 그때 현타와서 이제 어지간하면 잘 싸우지 않는다.
역시 오늘도 현타가 오네.
하...괜히 지역채팅에 끼어들었다가 기분만 더럽구나. 내가 왜 로스트아크를 아직도 하나? 손도 늙고, 마음도 늙고, 고집만 쎄졌는데. 이제 그만해야 될 때가 된 것 같다. 이제 선비같은 틀딱의 시대가 아니라 소시오패스가 대세인 시대 아닌가? 온라인게임도 이제 그만해야겠다.
사족 : 소시오패스의 시대
최근 몇 년 사이에 데이트 폭력으로 여성 혹은 남성이 죽는 소식이 자주 나오고 있다. 물론 가해자가 잘못인데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을 좀 바꾸는건 어떨까? 내가 본 게 많아서 이런 말을 남기는건데 정말 기준을 바꾸지 않으면 그 뉴스 속 피해자가 일반적인 사례가 될 수도 있다.
나 또한 게임폐인이었고 지금도 하루 1시간 정도 즐기지만 게임에 하루 30분 이상 소비하는 사람은 피하는게 좋다. 물론, BJ로 돈을 벌면서 업무로서 게임을 즐기는 경우는 제외한다. 특히, 게임 중 화를 내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우 (책상을 치거나 주먹을 쥐거나 욕을 하거나 등등) 돈에 팔려가서 애를 낳아줄 목적으로 만나는게 아니면 절대 만나면 안 된다.
부부, 연인 사이에 비겁한 종자들이 하는 것처럼 이리저리 피하면서 요기조기 파고드는 스타일은 사람 피를 말리거든. 헤어져도 답이 없고, 싸워도 답이 없지. 그들은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조차 아예 모르거든. 그저 자기들의 마음은 순수하고, 자신들의 행동에는 한 치의 나쁜 마음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송곳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쿡쿡 쑤시지.
솔직히 소시오패스를 가장 쉽고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온라인게임 속이었는데 요즘은 일상에서도 쉽게 접해서 참 안타깝다. 시간이 더 흘러서 더 어린 세대가 어른이 되면 더 많아지겠지?
사족 : 틀딱의 시대
내가 온라인게임을 즐기던 2000년대 초반은 틀딱, 선비의 시대였다. 파티 중 욕이나 무례한 언사를 내 뱉는 유저가 있으면 블랙리스트 등록, 서버 유저 공유, 블랙 유저는 파티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100% 파티 게임이었으니 접는거지. 못하는건 참을 수 있는데 잘 한다고 깝치는건 참지 않던 시대. 기다려 줄 수는 있으나 먼저 가는건 봐주지 않던 시대. 그게 틀딱의 시대다.
참 길고 긴 온라인게임 경험이다. 고딩이던 혈원들이 다 서울에 대학을 들어가서 20살 되고 첫 술을 현모때 배운 아이도 있었고, 대학 4년 내내 같이 게임한 혈원들이 박사과정 밟고, 결혼하고, 대기업 취직하고 그래서 또 현모해서 진탕 놀았던 적도 있다. 한번은 이화여대 간 혈원 하나가 내 학벌이 지잡이라 놀린다고 서울에서 대학다녔으면 사귀었을텐데 라고 하길래 다음날 대학원 추천서 받아서 2달 뒤에 서울 간다고 했더니 1달 쉬고 왔지. 귀여운 것.
그 녀석은 잘 있나? 고1때 아빠가 게임하지 말라고 잔소리한다고 확 어떻게 하고 싶다고 했던 놈. 그 말 듣자마자 게임 내에서 만나서 앉혀놓고 2시간 동안 일장 연설을 했던 기억이 나네. 그 뒤 그 녀석 군대가고 콜렉트콜로 나한테 전화하더라. 나쁜 것. 잘 살겠지 다들.
참... 옛날이 재미있었는데 이제 그만 해야될 때가 된거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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