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부터 자연주의 붐이 일어나면서 라이브 엣지 가구가 인테리어 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떡판, 통원목 테이블로 불리다가 몇 년 전부터 우드슬랩 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는데요. 흔히 가정에서 값이 비싼 고급 식탁 정도로 이 제품을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글을 작성하는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이 제품을 식탁으로 쓰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본연의 용도보다 장사꾼들의 돈 벌이로 인해서 소비자의 관심을 받는것이 국내 시장의 한계이기에 이해는 합니다.
* 국물 음식과 반찬이 대부분인 한국 가정에서 식탁으로 이 제품을 사용한다면 관리에 매우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우드슬랩이란 무엇일까요?
▲ 수 많은 수종 중에서 제가 제일 예뻐했던 웬지로 만든 떡판입니다.
이런 통원목 테이블의 상판은 통나무를 수입하여 적당한 두께로 잘라서 통째로 사용하게 됩니다. 또한 통판 전체를 제품으로 만들기 때문에 건조하는 시간이 많이 들어가고 가공 및 마감 과정도 집성목으로 제작된 가정용 가구에 비해서 더 어렵습니다. 그런 이유로 고가의 판매 가격이 형성된 것이 보통입니다.
가격이 비싼 이유
1. 재료값
일반적인 가정용 가구의 경우 통나무를 잘라서 적당히 건조한 뒤에 작은 조각으로 만듭니다. 그 뒤에 일정한 크기의 판재로 조각들을 붙여서 가구를 제작하는 재료로 만들게 됩니다. 그 결과 수입한 나무에서 버리를 부분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집성목으로 제작한 가구가 시장에서 부담없는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거지요.
횡으로 자른 절단면을 통째로 우드슬랩으로 제작할 때 상품 가치가 있는 면만 사용할 수 있으므로 수입하는 통나무를 최대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통나무를 잘랐을때 나무 안 쪽에 문제가 있으면 그 부분은 제품으로 쓰지 못하고 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일반 집성목재로 만든 가구에 비해서 우드슬랩의 가격이 매우 비싼 것이 특징입니다.
2. 건조 및 가공의 어려움
떡판의 경우 큰 판을 통으로 사용해서 제작하기 때문에 나무의 성질을 온전히 갖고있습니다. 그래서 설치 환경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수축, 팽창을 활발하게 하게 됩니다. 그래서 같은 장소에서 긴 시간동안 설치되어 있었다면 상관이 없지만 새로 배송을 받게되면 몇 일 지나지 않아서 상판이 갈라지거나 터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위에 사진처럼 수입한 통나무를 자른 뒤에 몇 달 동안 그늘에서 말려줘야 합니다. 함수율이라고 목재 내에 수분 함량이 가구로 사용하기에 적당한 수준이 될때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지요.
또한 가공하기 쉽고 관리하기 편한 우레탄 마감의 경우 나무와 공기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습도와 온도에 반응하지 못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표면을 고르게 만들어주는 샌딩 작업 후 오일을 발라주는 방식으로 마감하게 되는데요. 이 과정이 수 차례 반복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건조 및 가공의 어려움으로 인해서 제작 단가가 비쌀 수 밖에 없습니다.
※ 위에 소개한 웬지의 경우에도 마지막 마감을 하지 않은 제품을 매장에 전시하여 판매하는 것입니다. 판매가 완료되면 배송 전에 공장에 들어가서 마지막 샌딩과 오일을 먹여서 고객 집으로 배송되지요.
3. 수종에 따른 차이
요즘 보통 우드슬랩을 검색하면 위와같이 20만원대 제품을 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 사진의 웬지가 상판 가격만 270만원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큰 차이가 나는데요. 거기에는 마감, 건조, 수종의 가격, 나무결의 모양, 원래 통판의 상태(라이브 엣지 상태 등) 등에 따른 차이가 원인이 됩니다.
특히 가격 차이를 결정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수종인데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레인트리, 뉴질랜드 소나무(뉴송), 캘로브로 등의 나무를 사용한 제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구는 사용자의 만족도에 따라서 가성비가 결정되는 상품이라고 생각하기에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값이 비싼 수종을 사용해서 만든 제품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타박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 일반적으로 고가 우드슬랩의 수종은 북미산 월넛, 웬지, 민디, 체리, 퍼플하트, 골든티크 등이 있습니다.
사용시 주의할 사항
1. 오염물로부터 보호를 해야한다.
오일 마감을 한 제품은 나무가 숨을 쉬기때문에 상판에 오염물이 묻으면 흡수를 하게 됩니다. 그럼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식탁보 사용이 필수입니다. 부득이하게 상판에 오염물(김치국물, 반찬, 국, 양념 등)이 묻었을 경우에는 즉시 건더기를 치워주고 따뜻한 물을 수건에 묻혀서 찍어내듯이 닦아줘야 합니다.
* 오염물이 묻었다고 행주로 좌우로 닦으면 다른 부분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2. 난방은 끄고 배송을 받자.
겨울철에 제품을 구매하게되면 영하의 날씨에 보관되어있던 제품이 실내로 곧바로 들어오게 됩니다.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가정에서 실내 온도를 20도 이상으로 놓고 있는데요. 추운 곳에서 장기간 보관되어 있던 제품이 바로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면 몇 일 안에 상판이 갈라지거나 터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급적 겨울철에는 구매를 자제하는게 좋으며 이미 샀다면 배송을 받을때 난방을 꺼서 실내 온도를 낮춘 상태에서 받는걸 권합니다. 이후 차차 실내 온도를 높여서 우드슬랩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게 좋습니다.
3. 작은 흠집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나의 제품을 쓰게되면 짧게는 십여년, 길게는 수 십년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 안에 낙서, 흠집 등의 세월의 흔적이 남는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그런데 국내 소비자의 경우 지나치게 깔끔하고 예쁜 상태에만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른 가구는 몰라도 우드슬랩만큼은 그런 강박에서 좀 자유로워지는게 좋겠습니다.
사족
여기까지 통원목 테이블에 대해서 간단히 적어봤는데요. 저도 아직 저렴하고 가벼운 철제 책상을 사용중인데요. 언젠가 좋은 집을 마련하게되면 거실에 서재를 꾸미고 그 가운데에 우드슬랩을 놓고 싶네요. 수종은 쭉 뻗은 웬지나 라이브 엣지가 예쁘게 빠진 북미산 월넛이면 딱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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